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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시간 속의 재즈 - 타시(他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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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임해영
  • 등록일 : 2015-06-06
  • 조회수 :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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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재즈, 혹은 보사노바가 뭐냐 하면, 비개인 오전 막 문을 연 아담하지만 현대적인 찻집 나무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들려오는 선율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몸을 흔들어대는 삼바의 리듬에, 자유로운 발산을 중시하는 재즈의 정신이 섞여들면서 태동한 것이 현대의 보사노바 음률이며, 이 선율에 여성 취향의 가벼운 음색을 허영으로 버무려 낸 것이 쿨 재즈다.

    따라서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쿨 재즈와 보사노바의 차이를 구별하기가 어려운 노릇이다. 음악 전문가들도 현대 보사노바를 쿨 재즈와 명확하게 구별하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변명을 늘어놓을 정도니까.

    하지만 감성을 사용하여 듣다보면 삼바 리듬을 사용하는 보사노바와 쿨 재즈를 구별해 낼 수 있는 길이 있긴 하다. 그것도 아주 분명하게.


    *


    왜 뜬금없이 꼬부랑 음악 이야기를 하냐면 보사노바에서 시작하여 재즈로 흘러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타시(他時)란 작가로, 지금부터 나는 그의 작품 세계 일부를 기웃거리고자 한다.


    요정소녀 (2010.01.20) : 타시

    알고 조정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도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맞춘 것인지에 대한 차이는 작가마다 다르지만 모든 작가는 각자 스스로가 애용하는 색상이 정해져 있으며, 이 색상들이 모여 각 작가 고유의 색감을 구성하고 관객에게 어필한다. 이는 작가 타시에게도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그만의 색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색상을 보면서 기상천외한 이미지나 화사한 발광(發光)에 갈채를 보내기 보다 오히려 우리는 일종의 안도감을 가지고 경계를 풀게 된다. 타시가 애용하는 색채는 대단히 기본적인 것들이며,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사용하는 12색 크레파스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봐줘야 아마 24색 정도 될까.

    그러나 이는 색채 감각의 질적 수준을 책망하는 모욕이 절대 아니다.

    감각이나 색상마저도 하나의 어필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 프로페셔널 상업미술의 세계에서 감각의 질적 수준은 전혀 상관없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이미지뿐이며, 관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본능적인 경계를 자연스레 풀어버릴 수 있는 능력은 곧 작가가 노출하고자 하는 사항의 전파가 훨씬 손쉬워질 수 있다는 어드밴테이지를 의미한다.

    설령 그것이 알고 한 것이던 모르고 한 것이던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기 마련. 그리고 그는 그렇게 스스로의 색상을 한계지어버림으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대단히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셈이 되었다.

    이는 작가가 종종 색연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부각되어 나타나는데, 그의 수작업 색연필이 비록 라인 긋기와 전체적인 분위기의 부각을 위해 제한적으로만 사용된다 할지라도 그것이 전체적인 색채의 느낌에 무리 없이 어우러지는 것으로 미루어 생각해 보면 그의 색감은 색연필과 전체적으로 일치한다 볼 수 있을 것이다.

    - 게다가 색연필이란 화구는 크레파스보다 훨씬 유연한 색채를 지니고 있으며, 비슷한 연령대부터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미술용구라는 점에서 대단히 강력한 친밀성의 전도사가 되어 다가온다.



    소녀와 집 (2009.11.12) :타시



    이러한 친밀성은 광고주의 요구를 화폭에 숨기면서도 역설적으로 어필하여 드러내야 하는 상업예술가에게 있어서 천금을 주고서라도 바꿀 수 없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본래의 자기 색을 숨기고 이러한 색채의 제한을 통하여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타시는 다르다. 그에게 있어 이러한 색채의 사용은 생업을 위한 고육책이 아니라 그 자신의 모습, 바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색상 제한만으로 친밀감의 무기를 도용하여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일종의 과시하고픈 욕망을 감추지 못한다.

    흔히 이는 역동적인 구도나 반대로 극단적인 유아적 성향을 나타내기 마련이며, 따라서 이를 단지 하나의 가용 가능한 스타일로 한정지어 버리고 스스로의 모습을 개인적인 작업이나 다른 작업을 통해 드러내곤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범주에서 타시의 세계를 바라보면, 적어도 그에게는 이러한 반작용이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타시가 찾아낸 자신의 모습은 원래 이런 모양이란 말이 된다.



    낯선 시간 (2010.01.13) : 타시




    타시는 그의 그림에서 나열식의 열거 구도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원근법을 일정 부분 무시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열거적 구도는 유아 미술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구도 가운데 하나이지만, 일부러 그것을 흉내 내려는 사람이나 극소수 대단히 특이한 사람을 제외하면 거기에 자연스러운 성인 회화의 구도. 곧 단축법이나 원근법의 자욱이 일정 정도 드리우기 마련이다.

    때문에 타시의 그것은 오히려 일부러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에 비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이 그림에는 낯선 시간-즉 타시 '他時'라는 부제목까지 달려있지 않은가.

    마치 그림을 잘 그리는 아동이 그린 것처럼 어지러울 정도로 장난스러운 구도에 친숙한 색상, 거기에 더하여 호기심에 넘치고 있는 듯 강조하고 싶은 것만을 크게, 혹은 길게 묘사하는 특징적인 데생은 우리를 느슨하게 풀어놓는 그의 작화법에 안성맞춤이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둠을 사양하고 밝음이 용솟음치는 자유로운 세계를 그려가는 타시의 작화는 흥겨운 삼바 리듬의 보사노바에 더할 나위 없이 부합한다.

    그렇지만 보사노바와 쿨 재즈는 무서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가볍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가벼운 것은 누구에게든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지만 미풍만 불어도 흩날리는 법. 월남전에서의 패배와 미국의 쿨 재즈 유행 몰락이 시기적으로 일치하고 거품경제가 패망하면서 일본 전역에 흩날리던 보사노바 카페가 확 줄었듯이, 한정 없이 가벼운 보사노바는 사물의 겉면에만 위치하는 말초적인 쾌락을 대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타시라고 이것을 모를까. 물론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고민한다.



    Bottle (2008.11.21) : 타시



    그의 그림 속에서 색연필의 부드러운 색조가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려 든다면, 그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디지털 기기(페인터 프로그램 등)에서 지원하는 오일 파스텔을 이용하면서 타시는 한층 깊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사물의 겉면에 부유하며 흘러가는 가벼운 선율에 질감 묘사에 집중하는 클래식을 슬쩍 덧입으면서 한층 깊어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소녀와 집 (2009.11.12) :타시



    보사노바와 쿨 재즈를 구별하는 방법? 그건 간단하다. 비오는 날, 빗소리와 함께 들어보면 된다. 정열적인 태양의 나라 브라질에서 시작된 보사노바는 생동하기 시작하는 오전의 햇볕이 가장 잘 어울리지만, 흑인의 아픔을 덧입은 쿨 재즈는 빗소리가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보사노바(Bossa Nova)는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 즉 뉴에이지를 뜻하며, 넓은 의미에서는 새로운 음악스타일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나 다름없다. 보사노바가 원류를 두고 발전하여 재즈를 만난 것처럼, 타시 역시 원류에 해당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잊지만 않는다면 무엇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갈 길이 크게 달라질 것은 자명하다.

    그는 쨍하고 해 뜬 날 비를 맞았던 작가임에 틀림없다. 보사노바에서 출발하여 재즈를 덧입으며 걷는 중이다. 최종적으로 덧입을 선율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이번 차례에 만나고자 하는 선율은 무엇일까.



    안개의 숲 (2011.04.11) : 타시

    분명히 또 다른 스타일을 찾아 열심히 무언가 모색 중인 것 같다



     

     


     

    illustwriter
    대남

    1998년 보르도 5대학 D.E.F.L.E
    2000년 파리 발라드 오디오 비쥬엘 상급 예술학교(ESRA-Paris Balade)
    2003년 파리 8대학 조형예술학과 Art Plastique, Universite Paris 8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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